[스포츠] V리그, ‘박지수 오빠’ 이전에 ‘우리카드 미들블로커’로 불리고 싶은 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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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하길 잘했죠”
[스포츠중계 퍼스트티비]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 미들블로커(센터) 박준혁(28)은 2017~2018시즌 프로 데뷔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여자농구의 아이콘 박지수(27·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의 오빠라는 사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 남매는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 박상관 씨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농구공을 잡았다. 키가 2m에 이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까닭에 박준혁(205㎝)과 박지수(196㎝) 모두 높이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터 농구 꿈나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농구남매’는 함께 프로농구 무대에 입성하지 못했다. 2015년 송림고 3학년이던 박준혁이 농구선수로서 한계를 느끼고 배구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장신을 썩히기 아깝다’는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 이수경 씨의 조언도 한몫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방향을 바꾼 보람이 있었다. 박준혁은 타고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을 앞세워 배구 입문 2년 6개월 만에 V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기본기를 연마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미들블로커만 소화할 수 있었지만, 그의 높이는 몹시도 매력적이었다.
박준혁은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배구를 선택할 것이다. 리베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배구를 배워나갔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팀워크와 점수를 내는 과정 등을 고루 고려하면, 농구보다 배구가 더 매력적이다. 배구를 늦게라도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물론 프로 무대는 녹록하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 승승장구했던 박준혁은 현대캐피탈에서 최민호(37), 신영석(39·한국전력)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22~2023시즌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뒤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짧은 구력으로 인한 기본기 부족은 약점이다. ‘준주전’으로 거듭난 지금도 기본기 향상은 그에게 큰 숙제다.
박준혁은 “농구는 한 발 점프가 많고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지만, 배구는 두 발 점프가 많고 도약하면서 공을 때려야 해 적응하기 힘들었다. 기본기가 약점이라는 생각에 현대캐피탈에선 (신)영석이 형, 우리카드에선 (박)진우 형에게 배구를 다시 배우다시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분투하는 사이 동생은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으로 거듭났다. 주변에서 비교도 많이 해 스트레스가 클 법도 하지만, 초연하다. 박준혁은 “우리는 서로 시간이 날 때마다 각자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한다. 서로가 잘할 때면 뿌듯한 마음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그러나 ‘박지수 오빠’ 이전에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박준혁으로 불리고 싶다. 그렇게 불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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