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소식, U-20 이어 U-17 제패…북한 여자축구, 왜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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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가 ‘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중계 퍼스트티비] 지난달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8년 만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17세 이하 (U-17) 여자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 17세 이하 여자축구 대표팀은 4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펠릭스 산체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정상에 올랐다. 북한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지난 2016년 요르단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결승전은 스페인이 경기 주도권을 유지한 가운데 북한이 역습 찬스에서 날카롭게 반격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스페인이 전반에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선제골 기회를 잡았지만, 북한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잇따라 가로막혔다.
스페인은 후반 16분 셀리아 세구라의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북한은 3분 뒤 전일청이 동점 골을 기록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후반 90분을 1-1 동점으로 마친 양 팀의 희비는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스페인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키커가 잇달아 실축했지만, 북한은 두 번째 키커만 실축해 결국 북한의 4-3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시상식에서는 북한 공격수 전일청이 골든볼(대회 MVP)을 받았다. 전일청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득점왕(6골)에 오른 데 이어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하며 북한의 우승을 이끌었다. 송성권 북한대표팀 감독은 “유럽 최강 스페인을 통쾌하게 이겼다”면서 “아시아 최강 팀이 세계 최강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두 달 연속 FIFA 주관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년 만에 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마저 제패하며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입증했다.
북한 여자축구가 이토록 강한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도 북한 특유의 저인망식 선수 발굴·육성 시스템을 가장 큰 비결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축구에 재능을 보이는 9~15세 여자아이들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발한 뒤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연령별 최정예 멤버를 꾸렸다. 이번 대회 MVP 전일청을 비롯해 골잡이 최림정, U-20 여자 월드컵 득점왕과 MVP를 차지한 최일선 등이 이런 방식을 거쳐 국제무대에 등장한 특급 스타들이다.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은 “북한이 축구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설립한 평양국제축구학교 학생 200여 명 중 40% 가량이 여자 선수”라면서 “이들은 유럽식 시스템 아래에서 훈련하면서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을 키운다. 북한 당국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운동선수들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보상도 파격적이다. 일단 여자축구 대표팀에 선발되면 가족과 함께 평양으로 이주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윤 감독은 “북한에서는 ‘평양 거주’ 자체가 어마어마한 혜택”이라면서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체육 영웅’ 칭호와 함께 연금을 받는다. 아파트와 자동차 등을 부상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엘리트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국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한국 여자축구와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 시절이던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 머물렀고, 8월 파리올림픽에선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WK리그 팀 감독을 지낸 한 축구계 인사는 “TV 예능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생활축구 영역에서는 여자팀과 선수들이 급증했지만, 엘리트 부문에서는 선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골프 등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볼 때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여자축구 시장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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