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소식, 돈만 내면 범죄자도 회장님… 체육단체장 검증시스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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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스스로 “결격 사유없다”면 끝
[스포츠중계 퍼스트티비] 체육단체 회장으로서 적절한 자격이 있는지 검증할 시스템이 사실상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호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선전과 대비해 체육 행정 비리 등의 문제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한국 체육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꼼꼼한 검증 절차를 강제하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회장사를 검증할 만한 절차는 사실상 없다.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범죄 이력이나 재정 상황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세부 규정이 부재해서다.
현재 체육단체 회장 선거는 큰 틀에서 상위 기관인 체육회의 정관과 회장선거관리규정을 따른다. 종목별로 세부 사항은 각각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체육회 정관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체육회 정관에서 회장 후보자 결격 사유를 명시한 건 범죄 사실 여부, 승부조작 가담 등을 나열한 제30조1항이 유일하다. 하지만 자격 조건을 어떤 절차로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인이 스스로 결격 사유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후보자의 재정 상황을 알아볼 방법도 마땅치 않다. 선수 포상금 및 대회 개최 비용 마련 등 회장의 재력에 단체 운영이 좌우되지만, 일정 금액만 내면 후보자의 재정 능력은 간접적으로 인정된다. 기탁금 기준은 체육단체마다 다르지만 체육회는 2000만원의 하한선을 적용하고 있다.
체육단체 관계자 A씨는 “체육회에 원론적인 규정만 있을 뿐, 회장 선거 입후보 시에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후보자가 직접 제출한 문서가 관련 사실을 증빙할 유일한 자료”라고 말했다.
체육단체 관계자 B씨는 “체육회에 가서 ‘우리가 어떻게 회장을 검증해야 하느냐’고 건의한 적도 있지만 규정 보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체육회도 개인정보 문제가 걸려 있어 후보자에게 서류를 직접 받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더라”고 답답해했다.
결국 후보자가 제출한 ‘결격 사유가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모든 검증 절차를 기대는 셈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규정상 서약서에 서명한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바로 퇴임 수순을 밟게 된다”며 “그 이상의 정보를 요구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류의 진위를 파악하려면 현재로선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한 제한적인 접근만 가능하다. 체육회 관계자는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후보자가 다른 체육단체에서 받은 과거 징계 이력을 조회할 순 있지만 개인 단위로, 혹은 그가 법인을 운영하면서 발생했던 문제는 언론을 통해서 나오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체육단체 회장을 둘러싸고 여러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고려하면 규정 보완의 필요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등 임원진에 대해 횡령·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한사격연맹에선 신명주 전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강준호 서울대 사범대학장은 “형식적인 절차를 만들어 놓고 ‘절차를 지켰다’고 넘어가지만 면피에 불과하다”며 “정말 좋은 사람을 뽑는 데 타당한 절차인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의구심이 드는 게 많다. 들어오면 안 될 사람들을 걸러낼 만한 시스템조차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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