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KBL, “봄농구서 붙긴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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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감독 으르렁
[스포츠중계 퍼스트티비] “따로 연락은 안 했다. 쌍둥이라도 나이가 오십인데 서로 챙길 필요까지 있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사상 첫 ‘쌍둥이 감독 대결’을 펼치게 된 조동현(49)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현대모비스(정규리그 3위)는 6강 PO에서 3연승으로 4강 PO(5전3승제)에 올랐다. 조상현(49) 감독의 창원 LG(정규리그 2위)는 4강 PO에 직행해 기다리던 터였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 조상현-동현 감독의 맞대결을 일각에선 ‘미러 매치(거울 대전)’로 불렀다. 두 사람을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2022년 LG를 맡은 조상현 감독은 3시즌 연속으로 4강 PO에서 탈락했다. 조동현 감독도 최근 2시즌 연속으로 6강 PO에서 멈춰섰다. 둘이 PO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란성 쌍둥이에 초·중·고 및 대학을 함께 다녔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형 조상현은 한 경기에서 3점슛을 11개나 넣은 타고난 슈터다. 5분 차 동생 조동현은 선천성 천식과 빈혈 탓에 형에게 늘 치였다. 형을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무릎 수술만 네 차례 받을 만큼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 덕분에 수비 5걸에 세 차례 선정됐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경쟁은 이어졌다. 조동현 감독은 “한 번은 우리(현대모비스)가 LG에 20점 차로 박살 난 날 조상현 감독이 밥을 샀다. 술대결이라도 지기 싫어서 내가 더 마셨다”고 일화를 전했다. 두 사람의 선수 시절부터 지켜본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둘 다 지기 싫어하는데, 동현이가 더 독하다”고 귀띔했다.
감독으로서 만들어낸 팀 스타일은 정반대다. 슈터 출신(조상현)이 이끄는 LG가 최소 실점 1위(73.6점)다. 조동현 감독은 “수비 리바운드가 좋은 아셈 마레이를 중심으로 끈끈하다”고 LG를 평가했다. 조상현 감독은 주축 선수인 전성현, 두경민이 부상으로 자주 빠지자 유기상(24), 양준석(23) 등 젊은 피를 키워냈다. 악바리 수비수(조동현)가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최다 득점 1위(81.8점)다. 조상현 감독은 “숀 롱과 게이지 프림이 30점 이상 합작하고, 트랜지션(공수전환)이 좋다”고 현대모비스를 평가했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3승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멤버 구성도 백중세다. 결국 감독의 지략싸움이 최대 변수다. 조동현 감독이 “우리 팀 이우석이 ‘홍삼 먹고 참새 잡으러 간다’고 하더라. 내가 단단한 소총을 만들어주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홍삼’은 현대모비스가 6강 PO에서 물리친 안양 정관장의 주력상품, ‘참새’는 LG의 팀 명칭인 ‘세이커스’(송골매)를 얕잡아 부른 말이다. 이에 조상현 감독은 “이우석이 다닌 고려대 상징이 고양이였던가”라고 맞받아치더니 “고려대는 존중한다”고 한 발 뺐다. 두 감독 다 연세대 출신이다.
쌍둥이 감독의 어머니 신영숙(76)씨는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동화 속 어머니와 똑같은 심정이다. 조동현 감독은 “어머니가 형제를 다 응원하겠지만, 그래도 끝나면 패한 아들 쪽에 마음에 더 쓰이시지 않겠나”라고 헤아렸다. 그러면서도 “‘형만 한 아우 없다’건 다 옛말이다. 챔프전은 동생이 진출하겠다”고 정색했다. 이에 조상현 감독은 “어디 한번 피 말리는 혈투를 해보자”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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